해비타트 67|단독주택을 쌓아 만든 모듈러 아파트
| 피라미드형으로 쌓인 354개 모듈과 옥상 테라스, 수영장까지 한눈에 보이는 항공 촬영 전경 |
MODULAR HOUSING SYSTEM
단독주택을 쌓아 만든 아파트, 해비타트 67은 어떻게 서 있나
모셰 사프디가 설계하고 아우구스트 코멘단트가 계산한
몬트리올 해비타트 67을 구조·재료·시공의 시선으로 읽습니다.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강 변에 서 있는 해비타트 67(Habitat 67)은 멀리서 보면 콘크리트 상자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354개의 상자 하나하나는 별도의 기둥이나 보(구조를 지지하는 수평 부재) 없이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체이며, 위아래로 쌓인 상자들은 포스트텐션(post-tension, 콘크리트에 미리 압축력을 걸어두는 방식) 케이블 몇 가닥으로만 서로를 붙잡고 있습니다.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의 주제관 중 하나로 지어진 이 건물은 "적층된 단독주택"이라는,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구조적 실험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실험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성립했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 본문의 배치도·단면 관련 자료는 공식 실측도면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위키미디어 커먼즈 등에서 확인 가능한 실사 사진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1. 왜 "쌓아 만든 단독주택"이었나
| 플라자의 분수와 조경 너머로 보이는 해비타트 67의 여름철 지상 전경 |
해비타트 67은 건축가 모셰 사프디(Moshe Safdie)가 맥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논문(1961년)에서 제안한 계획을 발전시켜 실현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고층 아파트가 포기해야 했던 것 — 마당, 테라스, 독립된 출입구 같은 단독주택의 조건 — 을 고층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지를 질문으로 삼았습니다.
답은 "적층"이었습니다. 동일한 상자형 콘크리트 모듈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고, 이를 피라미드 형태로 엇갈려 쌓아 올려 각 세대가 아래층 모듈의 지붕을 자기 집 정원(테라스)으로 갖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Man and His World"의 주거 전시관으로 지어졌고, 착공부터 완공까지는 약 3년(1964~1967년)이 걸렸습니다.
| 위치 |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강 변 |
|---|---|
| 설계 | 모셰 사프디 (Safdie Architects) |
| 구조 엔지니어 | 아우구스트 코멘단트 (August E. Komendant) |
| 시공 | Anglin-Norcross Ltd. (몬트리올) |
| 건립 기간 | 1964년 착공 ~ 1967년 완공 (엑스포67 개막에 맞춤) |
| 모듈·세대 |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 354개(자료에 따라 365개로도 기록) · 146세대(원래 158세대에서 일부 합침) |
| 연면적 | 약 29,700㎡ |
| 문화유산 지정 | 2009년 몬트리올 헤리티지 모뉴먼트 지정 |
2. 모듈은 어떻게 서로를 떠받치는가 — 캔틸레버와 포스트텐션의 문제
| 햇빛에 드러난 콘크리트 모듈의 돌출부와 계단. 아래층 지지점 밖으로 걸린 캔틸레버 구조가 뚜렷하게 보인다 |
일반적인 기둥-보 구조라면 이런 불규칙한 하중을 별도의 보강 기둥으로 받아내야 하지만, 해비타트 67은 추가 기둥을 세우는 대신 모듈 자체를 하나의 구조체로 서로 긴결시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모듈들이 쌓인 뒤 그 이음매를 관통해 고강도 강선을 걸고 포스트텐션(prestressing)으로 긴장시켜, 354개의 개별 상자가 마치 하나의 연속된 구조물처럼 거동하도록 만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음새는 고강도 그라우트(시멘트계 충전재)와 금속 앵커로 마감해 완전히 밀착시켰습니다.
즉 해비타트 67에서 "기둥"에 해당하는 역할은 모듈 벽체 자신이 맡고, "보"에 해당하는 하중 전달 역할은 모듈 사이를 꿰뚫는 케이블이 맡는 구조로 읽을 수 있습니다. 구조 엔지니어 아우구스트 코멘단트는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미리 압축력을 가해 인장에 약한 콘크리트의 약점을 보완한 콘크리트) 분야의 선구자로, 이 불규칙한 적층을 구조적으로 성립시키는 계산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왜 콘크리트였나 — 재료가 만든 것과 막은 것
모듈 하나의 규격은 약 11.7m × 5.3m × 3m, 무게는 약 90톤에 달합니다(자료에 따라 세부 치수는 다소 다르게 기록됩니다). 이 정도 크기·무게의 상자를 반복 생산하면서도 자체 하중과 위층의 하중을 함께 견뎌야 했기 때문에, 철근을 넣어 인장력을 보완한 프리캐스트 철근콘크리트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인장력(당기는 힘)에는 약합니다. 모듈이 캔틸레버 상태로 걸리는 지점에서는 인장력이 집중되는데, 이를 철근과 포스트텐션 케이블이 보완합니다. 반대로 콘크리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생긴 한계도 있습니다. 모듈이 무거운 만큼 크레인 용량과 기초 지지력이 시공 전 과정을 제약했고, 결과적으로 개별 세대의 시공비가 당시 고급 주택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4. 부지 안 공장과 크레인 — 33개월의 시공
| 1966~67년 공사 당시, 대형 크레인이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 하나를 상부에 내려놓는 장면 |
354개의 모듈은 별도의 공장이 아니라 부지 안에 마련된 전용 캐스팅 야드에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일한 거푸집으로 모듈을 반복 생산한 뒤, 대형 크레인으로 하나씩 들어 올려 설계된 위치에 내려놓는 방식으로 조립했습니다. 이는 현대 프리패브(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 건축의 초기 실험으로 평가됩니다.
각 모듈을 내려놓을 때마다 아래층 모듈과의 접합면을 정확히 맞추고, 포스트텐션 케이블을 관통시켜 긴장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이 접합의 정밀도와 복잡성이 공사 기간과 인건비를 늘리는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결과적으로 해비타트 67 방식이 다른 대규모 주거 단지로 널리 복제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쌓기 방식 자체는 평면 구성에도 자유를 줬습니다. 세대는 모듈 1개부터 최대 8개까지 조합해 구성됐고, 아래층 모듈의 지붕이 자연스럽게 위층 세대의 옥외 테라스(정원)가 되어 20~90㎡ 규모의 개인 정원을 모든 세대가 하나 이상 갖게 됐습니다. 구조적 해법(엇갈려 쌓기)이 그대로 공간적 결과(사생활이 보장된 테라스)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 해질녘 조명이 켜진 목재 데크 테라스. 아래층 모듈 지붕이 위층 세대의 옥외 공간이 된 모습 |
사프디 졸업논문
설계 확정·착공
엑스포67 개막·완공
헤리티지 모뉴먼트 지정
엑스포67 50주년 기념우표
5. 지금의 해비타트 67
| "HABITAT 67" 안내판과 함께 보이는 눈 덮인 겨울철 건물 외관 |
해비타트 67은 현재도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민간 콘도미니엄입니다. 설계자 모셰 사프디 본인도 이곳에 자신의 세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몬트리올 헤리티지 모뉴먼트로 지정되며 보존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2017년에는 엑스포67 50주년을 기념하는 캐나다 우표에도 등장했습니다.
다만 실제 거주 건물이기 때문에 내부는 상시 개방되지 않고, 정해진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야외 광장·테라스 등 공용 공간과 사프디의 자택 일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 가이드 투어: 약 90분, 사전 온라인 예약 필수 (현장 구매 불가)
- 요금: 1인 58캐나다달러(세금·수수료 포함) / 12세 미만 보호자 동반 시 무료
- 투어 시작 후 지각 시 입장 불가, 환불·교환 불가
- 실내가 아닌 야외 공간 위주 진행 — 우천 시에도 운영되므로 복장 준비 필요
- 예약: 공식 홈페이지(habitat67.com) 온라인 티켓팅
자주 묻는 질문
네. 각 모듈은 벽체 자체가 하중을 견디는 구조체(내력벽식 구조)이며, 별도의 기둥이나 보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듈 사이를 관통하는 포스트텐션 케이블이 여러 상자를 하나의 구조체처럼 긴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모듈 하나의 무게가 약 90톤에 달해 대형 크레인과 정밀한 접합 시공이 필수였고, 이 복잡성이 재료비와 인건비를 끌어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세대당 시공비가 당시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높아져, 저렴한 대량 주택 공급이라는 원래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으로 평가됩니다.
네,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민간 콘도미니엄입니다. 설계자 모셰 사프디도 이곳에 자신의 세대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내부는 상시 개방되지 않고 사전 예약한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일부 공용 공간을 볼 수 있습니다.
Wikipedia 'Habitat 67'
https://en.wikipedia.org/wiki/Habitat_67
ArchEyes 'Habitat 67 by Safdie Architects'
https://archeyes.com/habitat-67-by-safdie-architects-a-visionary-experiment-in-modular-housing/
Habitat 67 공식 홈페이지 (가이드 투어)
https://www.habitat67.com/en/habitat-67-guided-tours/
자료 확인일: 2026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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