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거킨 — 삼각형 뼈대 하나로 버티는 탑
런던 거킨 — 삼각형 뼈대 하나로 버티는 탑
30 St Mary Axe, 다이아그리드 구조가 기둥을 대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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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올려다본 구도로, 원통형으로 부풀었다 좁아지는 실루엣과 외피 전체를 감싼 삼각형 격자(다이아그리드) 패턴이 한눈에 들어온다. |
- 설계: Foster + Partners(노먼 포스터) · 구조: Arup · 시공: Skanska
- 착공 2001년, 준공 2003년 12월, 개관 2004년 4월
- 높이 180m, 41개 층, 외피 유리 패널 744장(최상단 렌즈 1장만 곡면)
- 핵심 구조: 외피 전체가 하중을 받는 다이아그리드(diagrid) — 내부 기둥이 거의 없음
① 무엇을 짓고자 했는가 — 폭탄이 남긴 자리에
이 건물이 서 있는 자리는 원래 발틱 익스체인지(Baltic Exchange) 건물이 있던 곳이다. 1992년 4월, 아일랜드공화군(IRA)이 이 근처에서 폭탄을 터뜨려 건물이 크게 훼손됐고, 이후 부지가 재개발 대상이 됐다.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Foster + Partners가 이 자리에 런던 최초의 본격적인 원통형 초고층 오피스를 설계하면서, 단순히 높이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구조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푸는 건물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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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설명: 시공 초기 단계로, 지상 저층부에 삼각형 강재 격자가 막 세워지기 시작한 모습이다. |
② 어떻게 서 있는가 — 삼각형 뼈대가 기둥을 대신하다
일반적인 초고층 건물은 내부에 콘크리트 코어와 기둥이 있고, 외피는 그 위에 매달리는 마감재에 가깝다. 이 건물은 다르다. 외피 자체가 다이아그리드(diagrid), 즉 삼각형으로 짜인 강재 격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 격자가 건물의 주된 구조체 역할을 한다. 삼각형은 그 자체로 변형되지 않는 안정된 형태라, 격자가 벽면 전체에 퍼져 있으면 별도의 가새(bracing) 없이도 수평 하중(바람, 지진)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그 결과 내부에는 중앙 코어 하나만 남고 기둥이 거의 없어, 사무 공간을 훨씬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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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설명: 철골 격자가 건물 중간 높이까지 올라간 상태로, 아직 유리 외피는 씌워지지 않아 뼈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
③ [엔지니어 시각] 왜 오이 모양인가 — 공기역학과 구조를 같이 푼 형태
둥글게 부풀었다가 위아래로 좁아지는 이 형태는 장식이 아니다. 건물이 지상 부근에서 폭이 좁으면 보행자 레벨에서 느껴지는 하강풍(down-draft)이 줄어들고, 상층부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면 꼭대기에서 받는 풍하중도 함께 줄어든다. 원통형 평면은 또한 바람이 건물 표면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 사각형 건물에서 흔히 생기는 모서리 와류(渦流)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 형태는 "바람과 싸우지 않고 흘려보내는" 쪽을 택한 결과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④ 재료의 선택 — 강재 격자와 이중 유리 외피
주 구조는 강재 다이아그리드이고, 그 안쪽에 이중 유리(double-glazed) 패널을 씌워 외피를 마감했다. 전체 유리 패널은 744장인데, 이 중 완전한 곡면 유리는 건물 맨 꼭대기의 렌즈 모양 캡 단 한 장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평면 유리를 각도를 조금씩 다르게 배치해 곡면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완전 곡면 유리를 전면에 쓰면 제작 단가와 시공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곡면처럼 보이되 실제로는 평면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재료의 한계를 우회한 셈이다.
⑤ 시공 기술과 난이도 — 2001~2003년, 무엇이 어려웠나
다이아그리드는 반복되는 삼각형 유닛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물이 부풀었다가 좁아지는 곡률에 맞춰 층마다 각도와 부재 길이가 조금씩 다른 비정형 부재를 제작해야 한다. 표준화된 하나의 부재를 반복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마다 다른 수천 개의 강재 유닛을 순서대로 정확한 좌표에 끼워 맞추는 작업이었다. 아래는 실제 시공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 시점 | 단계 |
|---|---|
| 2001년 12월 | 저층부 철골 조립 시작 |
| 2002년 5월 | 중층부까지 다이아그리드 골조 상승 |
| 2002년 11월 | 상층부 골조 마무리 단계 |
| 2003년 초 | 외피 유리 패널 설치 진행 |
| 2004년 4월 | 완공 및 개관 |
⑥ [엔지니어 시각] 기계 없이 숨쉬는 건물 — 나선형 환기 샤프트
각 층의 바닥판은 완전한 원이 아니라 한쪽이 살짝 비어 있고, 이 빈틈이 층마다 조금씩 회전하며 쌓이면서 건물을 나선형으로 관통하는 6개의 통풍 샤프트를 만든다. 여름에는 이 샤프트가 굴뚝처럼 작동해 데워진 실내 공기를 위로 빼내고, 겨울에는 샤프트를 통해 들어온 햇빛으로 공기를 데워 난방 부담을 줄이는 수동적(passive) 방식으로 쓰인다. 기계 설비에만 의존하지 않고 건물 형태 자체로 환기·채광을 절반쯤 해결한 셈이며, 이 덕분에 비슷한 규모의 일반 사무 건물보다 적은 에너지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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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설명: 건물 상단부 안쪽에서 올려다본 구도로, 사선으로 교차하는 강재 부재들이 촘촘한 삼각형 격자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
⑦ 지금의 모습
완공 이후 이 건물은 오이 피클을 닮았다는 뜻에서 "거킨(Gherkin)"이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불린다. 꼭대기 층은 레스토랑과 바로 운영되며, 런던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 공간으로도 쓰인다.
| 이미지 설명: 타워 브리지 인근 남쪽 강변에서 장노출로 찍은 야경 사진으로, 건물의 부풀었다 좁아지는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왜 '거킨(오이피클)'이라는 별명이 붙었나요?
공식 명칭은 주소를 딴 '30 St Mary Axe'이지만, 위아래로 좁아지고 가운데가 부푼 실루엣이 오이 피클을 닮았다고 해서 런던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 공식 명칭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됐다.
Q2. 다이아그리드 구조가 일반 철골조와 뭐가 다른가요?
일반 철골조는 수직 기둥과 수평 보가 하중을 받고 가새로 수평 하중을 보강하는 방식인 반면, 다이아그리드는 사선 부재로 짜인 삼각형 격자 자체가 수직·수평 하중을 함께 받는다. 이 덕분에 내부 기둥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Q3. 정말 에너지를 절반만 쓰나요?
나선형 자연환기 샤프트를 이용해 냉난방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은 맞지만, 정확한 절감 비율은 운영 방식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반 사무 건물 대비 에너지 사용이 적다"는 설계 의도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자리라면, 바람과 맞서 싸우는 대신 바람이 흘러가는 길을 미리 내어주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공식 자료 및 확인일
Wikipedia, "30 St Mary Axe" (확인일: 2026-09-27)
Harvard Design Magazine, "30 St. Mary Axe"
Designing Buildings Wiki, "30 St. Mary Axe"
이미지 출처
00 외관: Aurelien Guichard,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01 철골조립 시작(2001): Lonpicman,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02 골조공사(2002.5): Gunnar Klack,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03 공사중(2002.11): Cyzen / Michael Herbst,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04 공사중(2003): Nevilley,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05 완공직전(2004): KTo288, Wikimedia Commons, CC BY 3.0
06 다이아그리드 클로즈업: Ian Paterson / Geograph,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07 지붕 디테일: Ian Paterson / Geograph,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08 최상층 내부: Geekchic (English Wikipedia),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09 야경: David Iliff (Diliff),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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